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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은 지난 9월6일 LA 유니언교회 추모예배에서 8월24일 타계한 고 이학구동문의 추모예배에서의 김홍기 동문의 추모사입니다.
믿음의 친구, 이학구에게 바치는 추모 사
우리는 지금 사랑하는 친구, 이학구 집사를 위하여 이 자리에 모였다. 우리를 이곳에 모이게 한 그 사람은 이 자리에 없다. 그는 이제 먼 하늘나라로 이별여행 준비를 하는 중이다. 오늘의 이 자리는, 이학구를 사랑하는 많은 친구들, 유가족, 유니언 교우들이 그를 추모하기 위함인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이학구와의 소중한 추억을 회고하며 애써 슬픔을 참으려고 그의 영 전에 이 추모 사를 바친다.
60 년 전 우리의 어린 시절이 아직도 생생하다. 한때 우리가 서울 덕수 국민학교에서 셋방살이를 하던 전란의 시기가 있었다.
1954년 어느 날 아침 첫 수업을 시작하는 대수시간이었다. 그 시대에도 개구쟁이들은 있었다. "말대가리!" 곧 이어 수학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저 뒤에 떠든 놈들 앞으로 나와!" 맨 뒷줄에 앉아 있던 이학구와 그의 옆 친구가 끌려 나왔다. 이마에 꿀밤 한 대씩 터졌다. 이학구의 눈에서만 눈물이 나왔다. 터진 게 억울해서가 아니다. 범인으로 찍힌 게 억울해서였다. 그 시대에도 "메기의 추억"을 애창한 낭만파는 있었다. 중학교 시절 내가 본 이학구의 옛추억이다.
1976년 필라델피아에 사는 고등학교 친구가 저녁 초대에 나를 불렀다. 거기서 우연히 이학구를 만났다. 23 년 만의 재회였다. 이들은 이미 동부에서 자리가 잡힌 잘 나가는 친구들이었다. 이민의 초심인 나는 왕 따 신세였을 뿐이다. 가난한 서울촌놈이 보릿자루가 되어 공연히 그 자리에 끼어든 것을 후회하고 있는 중인데 이학구가 내게 다가와 손을 잡아주었다. 그의 손에서 유난히 따듯한 온기를 느꼈다. 어렸을 적 보았던 그의 눈빛도 여전히 같았다.
1980년 유니언 교회를 창립한 이정근 목사님을 LA에서 만나 함께 창립예배를 보고 난 후의 일이다. 꿈인지 생시인지 동부에서 만났던 이학구가 내 앞에 불쑥 나타났다. 우리가 이 서부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 때 나는 우리의 만남이 참으로 묘한 인연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더구나 그가 우리 집 이웃에 자리를 잡았다는 소식이 그렇게도 반가울 수가 없었다. 무작정 그와 함께 유니언 교회로 갔다. 이정근 목사님도 고향 형제를 만난 듯이 반갑게 학구를 맞았다. 초창기 유니언 교회의 발전을 위해 훌륭한 동지를 만났다고 기뻐하셨다.
이학구는 새로 태어난 우리 집 쌍둥이의 주치의도 맡아주었다. 이 쌍둥이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그의 손위 동서 형님인 주명식 박사께서는 이미 태내시절부터 보살펴주신 산부인과 의사선생님이시다. 진정 우연이었을 뿐이다. 우리가 주말마다 쌍둥이를 데리고 친구의 Clinic을 방문하면 학구 부부는 우리를 이끌고 앞집 Pastrami 샌드위치를 먹으러 다니던 추억이 가슴을 적신다.
유니언 교회를 위해 헌신한 이학구의 눈부신 의료봉사활동을 기억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매년 유니언 교우들을 위한 독감백신 예방주사는 물론, 가난한 내 이웃 멕시코 의료봉사활동을 통해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이면 어디든지 누비고 다녔다. 아프리카에 슈바이처가 있었다면 우리의 커뮤니티에 이학구가 있었다.
동기동창 친구 하나가 간 경변으로 사경을 헤매던 때에 밤잠을 설쳐가며 그를 살려내려는 의지가 유난히 각별했던 것을 나는 기억한다.
교회 직분에서 은퇴한 원로들의 맥 카페 모임에도 그는 빠지지 않았다. 한국정치사회 현실 비판에는 늘 뒷전이었으나, 논산훈련소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는 우리들의 화젯거리였다. 일병 상병 신출들 앞에서 영관 급이던 이학구는 한 마디씩 불쑥 웃기는 농담도 곳 잘했다. "군대는 계급인 걸!" 겉으로 보기엔 꽤나 멋대가리 없는 이학구가 그래도 할 말은 다 하는 위인이었다. 특별히 짚고 넘어야 할 이슈가 있다. "맥 카페"라는 어휘는 본래 이학구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그의 상표가 도용되었어도 이학구는 그냥 웃기만 했다. 사람을 적으로 다투는 일을 극도로 피하는 그의 고집은 존경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주일예배가 끝나면 늘 함께 맥 카페에 모여 즐거운 오후를 지내던 학구가 돌연 병원으로 들어간 후 맥 카페 원로들의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니었다. 그의 쾌유를 비는 동료들의 기도에도 끝내 고인이 되었다는 비보를 접하고 차마 무너져 내리는 슬픔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과거에도 투병생활을 씩씩하게 잘 이겨내던 의지의 사나이가 이번에도 잘 견뎌주리라 믿었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우리의 곁을 떠나고 말았다.
우리가 학창시절을 힘겹게 견디며 성인이 되어 이 나라에 와서도 이웃에 가까이 지내던 사랑하는 믿음의 친구, 우리는 그의 정신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가난한 내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고 떠나는 그의 박애정신은 이 자리에 남아 있는 우리의 친구들, 유가족, 유니언 성도들 가슴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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