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명화-
"아마도 지금까지 만들어진 서부영화중에서 가장 잘된 영화" 라고 평을 받은 명화이다.
최근에 구입한 DVD로 몇십년만에 아주 인상깊게 보았다.
주연에는 개리 쿠퍼(두번째로 오스카 남주연상 받음)와 당시 신인 그레이스 켈리가 열연한다.
감독 Fred Zinnemann은 불과 32일 걸려 처음으로 만든 이 서부영화에서 이름을 날리고 다음해
1953년에 '지상에서 영원으로 (From Here to Eternity)'를 감독하여 또한번 힛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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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 Noon 주제가: Do Not Forsake Me
오늘 결혼한 신부 Amy (Grace Kelly)가 "감옥에서 나온 악한 Frank Miller가
복수하겠다고 낮 12시 기차로 온다는데 도망갈 수 없다"고 고집하는 남편
Will Kane (Gary Cooper)를 남겨 두고 떠나려 하자 "나를 저버리지 말아주오,
내 사랑아" 라고 호소하는 내용의 노래.
On this, our weddin' day
Do not forsake me, oh my darlin'
Wait, wait along
I do not know what fate awaits me
I only know I must be brave
And I must face a man who hates me
Or lie a coward, a craven coward
Or lie a coward in my grave
Oh, to be torn 'tweenst love and duty
S'posin' I lose my fair-haired beauty
Look at that big hand move along
Nearin' high noon
He made a vow while in state prison
Vowed it would be my life or his'n
I'm not afraid of death but oh
What will I do if you leave me?
Do not forsake me, oh my darlin'
You made that promise as a bride
Do not forsake me, oh my darlin'
Although you're grievin', don't think of leavin'
Now that I need you by my side
Wait along,(wait along) wait along
Wait along, wait along
(Wait along, ,wait along, wait along, wait al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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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눈 (High Noon, 1952)
1870년 서부의 작은 마을 헤이드리빌의 어느 일요일 아침, 세 명의 무법자들이
마을 역에서 서성거리며 시계를 본다. 이들의 보스 프랭크 밀러(이안 맥도날드 분)
가 탄 기차가 12시 정오에 도착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공교롭게 이날은 헤이들리빌 마을의 보안관 윌 케인(게리 쿠퍼 분)은 이제 5년
임기의 보안관직을 마치고 결혼하여 아름다운 신부 에이미(그레이스 켈리 분)와
마을을 떠나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때 그가 5년전에 살인죄로 체포했던 프랭크
밀러가 풀려나 12시 도착 예정인 기차를 타고 마을로 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케인은 이 소식을 듣고 아내와 떠나가던 길을 돌려 다시 마을로 돌아온다.
마을에 돌아온 케인은 동네를 돌아다니며 자기를 도와줄 사람을 찾는다. 마을사람
들에게 케인은 악당 프랭크 밀러를 쫓아내 마을의 평화를 가져다 준 은인과도 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그 악당이 다시 케인을 죽이러 마을로 돌아온다고 하자 사람들은
두려워하며 케인의 손길을 거부한다. 하지만, 케인은 포기하지 않고 평소에 가지도
않던 교회에까지 가서 도움을 청한다. 그러나 교회에 있던 마을 사람들로부터 받은
결론은 밀러와 당신 둘의 문제이니까 당신이 마을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케인은 마을을 떠나지 않는다. 내가 여기서 의문이 들었던 점은 왜 케인이 마을을
떠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었다. 어차피 마을 사람들이 도와주지도 않을 텐데 굳이
사람들에게 피해주면서까지 마을에 남아서 악당들과 한바탕 일전을 벌이려고 하냐는
것이다. 다른 데로 도망가서 싸워도 될 것을. 아닌게 아니라 '하비'라는 젊은 인물이
'당신, 왜 안 떠나느냐'고 묻는다. 케인은 그저 '몰라'라고 대답한다. 둘은 한바탕
치고받는다.
케인은 지쳐간다. 점점 다가오는 운명의 순간 때문에 얼굴에선 땀이 남고 몸은 기운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결국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이 정오가 되어 밀러 일당은 케인을
찾아 마을에 들어온다. 이미 거리는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케인은 숨어
다니며 한명씩 처치한다. 서부 영화의 흔한 낭만은 이 대결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마지막 밀러와의 대결. 밀러는 남편을 마을에 두고 기차를 타고 떠나려다가 총소리를
듣고 결국 마을로 돌아온 케인의 아내를 인질로 삼는다. 하지만, 아내는 용기를 내서
그를 뿌리치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케인은 밀러에게 총을 쏜다. 대결은 끝났고,
그와 동시에 그림자도 보기 힘들던 마을 사람들이 케인 주변으로 몰려든다. 케인은
보안관 뺏지를 버리고 아내와 함께 바로 마차를 타고 사라진다.
이 영화의 재미는 정오시간이 점점 다가오면서 느껴지는 긴장감, 그리고 악당들과
대결하는 데서 오는 심리적인 서스펜스에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사람들간의
'신뢰'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보게 하는 점이 있다.
케인은 참 정의로운 사람이다. 정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으며, 마을사람들에게는
평화를 선사했다. 하지만, 케인이 위기에 처하자 마을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선뜻
그를 도와주지 못하고 변명만 늘어놓는다. 그가 없는 자리에서 그들은 케인이 죽을
거라고 얘기하고, 그를 위한 관까지 준비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불리한 그를
돕지 않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적어도
결전을 바로 앞둔 상황에서 유서를 쓰기 전까지는. 땀을 흘린 채 거리를 걷고 유서를
쓰는 그의 모습에서는 마을의 영웅이 아닌 그저 초조하고 불안할 뿐인 한 인간을
보게 된다.
케인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도와줄 사람을 찾고, 떠나라고 하는데도 떠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오랜동안 자기와 함께 한 마을 사람들을 믿었기 때문이다. 어려움에
처한 마을을 구해줬던 자신을 위해 위기에 처한 자신을 구해달라는 것이다. 사실
케인은 그들이 도와주지 않을 것임을 이미 느꼈으면서도 끝까지 그들을 믿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영화는 이렇게 묻고 있다. 위험을 뻔히 알고 케인을 도와주지 못하는 마을 사람들의
입장은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끝까지 마을 사람들을 믿고 그들에게 구원을
청했던 케인은 그렇게 멍청했던 것인가?
케인의 아내는 마을에 남아 목숨을 걸겠다는 남편을 이해하지 못한 채 마을을 떠나려
기차를 탔다. 하지만, 결국 총소리에 걱정이 된 나머지 위험을 무릅쓰고 마을로 돌아온다.
그녀는 아무런 도움도 못된 채 인질이 돼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듯 하지만, 그녀를
움직인 용기가 케인이 밀러를 죽이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고 방해만 될 법한 한 명의 여자가 결국 그를 도운 것이다.
영화의 주요 인물 중에는 라미레즈라는 멕시코 여인이 있다. 그녀는 5년전에는 밀러의,
그 후 1년전까지는 케인의 여인이었다. 그리고 근래에 만난듯한 하비라는 젊은이와
결별하고 그녀는 마을을 떠난다. 에이미는 그녀에게 왜 케인을 도와주지 않냐고 묻는다.
그녀는 1년전부터 그와는 대화도 하지 않았고, 이제 아무런 관계도 없기 때문에 자신은
떠난다고 한다. 이 여인만이 케인을 뒤로 하고 떠날 수 있는, 그를 도와주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영화는 말하는 듯하다. 또한, 영웅들의 여인이었던 그녀의
'떠남'은 더 이상 영웅의 시대는 오지 않는다라는 역사적 선고와도 같다.
이렇듯 믿음에 믿음으로 화답하지 않는 이들에게 영화는 뺏지를 버리고 유유히 사라져
간다. 더이상 오지 않는 영웅의 희망을 뒤로 하고 이제는 사라져 버린 소중한 것을
찾아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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