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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가면 - 박인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 박인환[1926.8.15 ~ 1956.3.20] ***
강원도 인제 출생. 1939년 경성제일고보 (현재 경기중)에 입학했으나 1941년 (무슨 이유 때문이었는지) 황해도 재령의 명신중학교를 졸업한후 평양의학전문 입학. 1945년 학업을 중단하고 종로에서 서점을 경영하면서 여러 시인들과 알게 되어 시를 쓰기 시작했다. <거리> <남풍> 등을 발표하는 한편 <아메리칸 영회시론> 을 비롯한 많은 영화평을 썼고 1949년에 김경린 김수영 등과 함께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을 간행하면서 모던니즘의 대열에 끼었다. 1940년대의 모던니스트로 알려진 이들의
모던니즘 운동은 김기림이 제창한 반자연, 반서정의 기치에 1940년대 후반의 시대고(苦)가 덧붙여진 것으로 확대되었다. 후반기 동인으로 모던니즘 운동을 계속하면서도 도시적인 동시에 인생파적인 비애를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기타 동인의 시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1955년 <박인환선시집> 을 간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