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담나누기
최동수 [ E-mail ] 근대건축의 발자취 2/3
[근대 건축의 발자취 2/3]
- 현존하는 서울의 근대 건축 -
우리나라는 타율적으로나마 문호를 개방하여 8.15 광복까지 80년을 경과하였다.
우리나라에도 새로운 서구양식西歐樣式의 건축물이 들어서게 되고, 대도시들은 서구적인 면모面貌로 변천해간다.
그 대부분이 외국인, 특히 일본인들이 지었다고 생각하면 수치스러워 지금도 마음이 편치않다.
기술분야에서 한국인의 진출을 제한한 일제의 정책으로 인한 건축전공자의 부족은 8.15 광복 이후의 혼란과, 6.25 전쟁으로 인한 파괴, 그리고 휴전 이후의 마구잡이 건축 등으로 이 방면의 연구에 힘쓸 겨를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 8.15 이후 70여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어언 한국은 세계10대 부강한 나라가 되었다.
근래 해외에 진출하는 한국의 건설기업들이 전 세계에서 질質과 量면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니, 한국 건설계의 앞날이 무척 밝은 것은 틀림 없다.
1. 현존하는 서울의 근대 건축물(13선)
1) 명동성당明洞聖堂 :
먼저 그 대지에 관하여 말하자면, 원래 이조판서를 지냈던 윤정현의 집터로 1883년경 '김.카밀로'라는 신자의 명의로 '블랑'주교가 매입하였다.
1892년 한불韓佛수교조약이 체결되자 곧 언덕을 깎아 대지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당시 조선에는 벽돌 축조 경험자가 없었으므로 중국에서 벽돌공을 데려와 작업을 하였으나 그들의 기능수준도 대단치는 않았다.
워낙 거창한 공사인데다가 불안전한 가설시설에서 작업해야했으며 겨울철에는 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1894년 청일전쟁으로 인해 중국기능공들이 귀국하였으므로 1년간은 또 중단되었다.
1896년에 벽체공사를 완료하자, 이어서 내부 마감공사를 마치고 성당이 완공되어 착공한지 6년만인 1898년 5월 29일에 성축식을 올렸다.
고틱 양식樣式의 건축물은 본래 석조石造라야 정교함을 나타내지만, 당시 미숙한 기능 인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였으므로, 석조로 계획했던 내부 기둥마저 벽돌조로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시공기술의 제약으로 말미암아 외관이 빈약한 대신 내부는 온전하게 지어진 셈이다.
외관이 한층 더 빈약해 보이는 이유는 본당의 높이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종탑이라고 생각된다,
종탑鐘塔도 원래 더 높게 설계되었으나 축조상의 어려움 때문에 그 정도로 그첬다고 한다.
설계자는 요왕 꼬스트(J. Coste, 1942∼1896) 신부로 용산신학교, 낙현성당 등을 설계 및 감독을 하였다.
2) 독립문獨立門 :
미국 망명에서 돌아온 서재필 박사가 독립협회를 결성하자 기념사업으로 세운 것이다.
중국사신을 맞이하여 대접하던 모화관慕華館의 연주문이 있던 자리에 새로운 문을 세우고 독립문이라고 이름지은 것은 세계만방에 대한제국이 독립국이란 증표를 보이자는 뜻이다.
기금은 발기인들의 자진 기부는 물론 왕태자의 하사금을 비롯하여, 관민, 소학생까지 호응하고 재경 외교관들도 협찬하였다.
당시 독일 공관에 근무하던 스위스인 기사가 설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필자는 러시아의 건축기사 ‘사바틴 (Sabatine)’의 설계라고 믿고 싶다.
그 이유는 사바틴도 1900년 초에 덕수궁 석조전 시공, 러시아 대사관 및 손탁호텔 등에 관여하였으며, 아관俄館(러시아 공사관) 파천播遷 중에 독립문 건립이 계획되었기 때문이다.
1896년 11월 21일 착공식을 거행하였고 준공식은 1897년 11월 20일이었다.
3) 서울 정동貞洞 교회 본관 :
洋屋의 정동교회를 착공한 것은 1895년으로 4년이 걸린 1898년에 준공하였다.
1926년에 증축하여 현재 175평이다.
단순화된 고틱 양식으로 한국 개신교로서는 제일 먼저 지어진 본격적인 교회 건물이다.
4) 서울대학병원 구 본관 :
한일합병 3년 전인 1907년 대한제국 황실이 칙령 제9조에 의하여 의정부 직속으로 ‘대한병원’을 설립하고 내무부 소관의 광제원廣濟院, 경성의학교 부속병원, 궁내부 소관의 적십자병원을 흡수통합 하였다.
이에 연건동의 마두산 언덕에 공사를 착공하여 이듬해 5월에 준공한 것이 대한병원으로 현 서울대학병원으로 발전하였다.
이는 벽돌조의 평범한 건물이지만 중앙에 있는 시계탑은 오늘날 봐도 멋지다.
네오, 바로크 풍風의 이 건물은 현존하는 서울의 아름다운 건물 중의 하나로 뽑힌다.
서울대학병원 측이 이 건물을 존치 유지한다는 게 자랑스럽다.
5) 덕수궁 석조전石造殿 :
1593년 임진왜란 때 의주義州의 몽진蒙塵에서 귀경한 선조宣祖는 궁궐이 모두 소실되었으므로 월산대군月山大君의 사저를 행궁行宮으로 정하고 경운궁이라고 개칭하였다.
이를 계기로 많은 전각殿閣이 세워져 궁궐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이런 사유로 1900년에 착공하여 1910년에 준공한 유명한 석조전이 덕수궁에 세워진다.
러시아인 기사 사바틴이 설계한 것으로 추정되는바 기록이 불확실하다는 건 참으로 유감스럽다.
오늘날도 그런 경향이 있지만 설계자나 도목수의 이름이 남아있지 않다는 건 士農工商의 積弊라 아니할 수없다.
6) 덕수궁(경운궁慶運宮) 정관헌靜觀軒 :
경운궁의 양관洋館 중 가장 초기의 건물로 여겨진다.
고종황제의 연회장소로 쓰이던 건물로 팔작지붕 등 동양적인 요소를 나타내고 있다.
내부의 독립기둥과 벽 일부를 벽돌로 쌓고, 독립기둥은 인조석 씻어내기, 로마네스크 풍의 둔중한 주두柱頭를 얹었다.
베란다에 돌린 목조기둥과 동제銅製 난간이 정교한 게 특징이다.
러시아인 기사 사바틴이 설계한 걸로 추정된다.
7) 서울 성공회 성당 :
1890년에 내한 한 코오프(C.O.Corfe)의 전도로 시작된 영국 성공회는 1910년대부터 성당건립준비를 한 걸로 알려져 있다.
마침 도시계획에 의해 확장된 현 태평로에 인접한 터에다 성공회 성당 설계를 영국 건축가에게 의뢰하였던 걸로 알려져 있다.
설계자는 영국 왕립건축학회 회원인 S. 딕슨(Dixson)이며 감독자는 청년건축가 부룩크 씨였다.
건물은 벽돌과 화강석으로 축조되었고 내부는 화강석기둥 외에는 전부 백색 회칠로 되어있다.
회랑벽은 색대리석과 모자이크로 장식하게 되어 런던의 조오지 젝크 씨가 디자인하였다.
하나의 건축이 어떤 건축양식으로 설계되는가 하는 질문은 건축가에 있어서는 달갑지 않은 것이다.
왜냐하면 옛 건축은 그 시대에 있어서는 생명이 있는 전통이었겠지만, 이미 철이 지난 양식樣式이므로 근대에는 별 의미가 없는 것이다.
건축가는 사회의 변화나 요구에 따라서 신양식新樣式을 구현해야 된다.
서울의 성공회성당은 굳이 말하자면 기독교 초기부터 12세기까지 적용되던 이른바 ‘로마네스크 식’과 동양풍을 가미한 ‘비잔틴 식’을 조합란 양식이라고 설명할 수 밖에 없다.
원 설계에 비해서 일부만 건축된바 언제 완성될지는 알 수 없다.
8) 경성부청( 서울시 구 청사) :
1925년에 착공하여1926년에 준공하였다.
철근 콩크리트조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외벽 면에는 하부 징두리에 화강석을 붙인 외에는 몰탈 마감에 석조모양을 냈는데 이런 양식은 단순화 한 절충주의라고 볼 수있다.
설계는 총독부 건축과장 암정장삼랑岩井長三郞과 기사들이 담당하였다.
이 건물은 1925년에 남산의 우측 회현지구 등성이에 식민통치를 상징하는 조선신궁神宮과 오르내리는 384 계단이 완공되자.
사대문안 어디에서나 볼 수 있도록 하되,
특히 경복궁 근정전에서 조선총독부와
경성부청의 첨탑 사이로 바라보게 하려는 간교한 계획 아래 조선총독부와 같은 해인 1926까지 준공을 서두르느라 석조 외벽도 시멘트 몰탈마감을 한 듯하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얘기가 빗나가지만, 현재 남산공원에는 김유신, 김구, 안중근, 유관순, 이시영 등의 동상은 있으나 우남 이승만 대통령의 동상은 4.19혁명 후에 끌어내려서 없다.
탑골공원에 있던 동상도 마찬가지다.
9) 경성전기 주식회사(전 한국전력 본사) :
1925년부터는 건축양상이 급격히 변하는데 그것은 미국식 빌딩과 분리파 등 근대 건축운동의 영향이다.
일본의 한국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업무용 건물은 자연히 고층화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미국식 빌딩으로 처음 나타난 것이 바로 이 건물이다.
지하 1층 지상 5층으로 완전히 근대주의적인 것이 아니고, 처마에 코오니스, 현관의 고풍장식 등 과도기적인 모습을 남기고 있다.
10) 경성부민관(현 서울시의회관) :
일제강점기 후기에 세워진 경성부민관(1935년) 등을 가리켜 근대건축의 출현이라고 한다.
이 건축은 합리주의 건축으로 한국에서는 전위적인 것이었다.
이를 절충折衷주의라고도 하지만, 그 시절에도 우리나라에는 좌우대칭형의 양식주의도 병행하였다.
11) 이화여대 구 본관 :
1934년에 준공된 고틱 양식의 3층 석조 건물이다.
종로에 예수교 書會 빌딩을 지은 미국인 기사 스와인 하아트 씨가 설계하였다.
참고로 이 기간 동안 활동한 한국인 기술자는 강정섭, 김세인, 김순하, 박길룡, 박동진, 박운구, 박태영, 이기인, 이균상, 이수동, 이용문, 장연채, 장형순, 조한레, 등이 조선건축회 초기 회원들로 技手 또는 技師직의 공무원이었으므로 단독적인 설계는 어려웠을 것이다.
당시 대형 洋式 건축은 이들이 파켠되어 감독한 걸로 전해진다.
12) 보성전문학교 본관(현 고려대학교 도서관 > 뒤앙뮌크 소울) :
1937년에 한국 최초로 건축가 박동진이 설계하였으며, 이는 순전히 한국인 재단에 의해 건축되었다.
3층 철근 콩크리트 구조의 중세풍 고틱 양식으로 외벽은 석조마감이다.
1,000평 정도의 규모로 당시로서는 드물게 증기난방과 수세식 위생설비를 갖췄다.
전통을 숭앙하는 고려대학이라 보전되었을 듯하나, 솔직히 지금도 건재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13) 천도교 중앙대교당 :
관리가 잘 되어 오래된 건물처럼 보이지는 않아도,
1918년에 착공하여 1921년에 준공한 벽돌과 석조의 혼합건물로 그 시절에 유행하던 사라센 양식이 가미된 잉글리쉬 르네상스 식이다.
지하철 안국역에서 나와 낙원상가를 향해 걷다보면 우측에 있는 낮인은 건물로 인사동 거리에서도 아름다운 탑실 모습이 보이는 멋진 건물이다.
2. 그 외의 건축물들 :
현존하는 근대건축물로는 서울역사, 롯데 영 플라자(미도파<정자옥), 삼월백화점(신세계백화점), S.C.제일은행(저축은행), 한국은행 화폐금융박물관도 있지만 앞서 1/3편에서 설명했기에 생략한다.
■ P.S. :
이 글은 단순히 카친들을 위해 필자가 오래 전에 봤거나 들은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시작하였다.
서울에서 자라난 우리 또래들이 한번쯤은 봤음직한 건물들을 간추려보는 것도 흥미롭지 않을까 생각되어 기억을 더듬어 본 것이다.
따라서 현존 여부에 대해서도 노구를 끌고 일일이 답사하여 확인할만한 처지가 못된다.
미진한 사항은 각자 직접 확인하기 바란다.
2023년 3월
木韻
[인쇄하기] 2023-04-03 16: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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